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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불주피(射不主皮) (서진영 원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2. 23. 20:12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3] 사불주피(射不主皮)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입력 : 2018.02.23 03:12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하계올림픽의 양궁 종목처럼 한국 여(女)전사들에 의해 인기 종목으로 급부상한
컬링 경기를 보면서 '논어(論語)' 팔일편(八佾篇)에 나오는 '사불주피(射不主皮)'가 떠오른다.

'활을 쏠 때 가죽 뚫는 걸 중시하지 않는다'는 이 말은
옛날 활쏘기에서 명중을 중시했을 뿐 과녁의 가죽 뚫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화살이 과녁 가죽을 뚫고 지나가느냐 못하느냐에 연연하며 힘자랑하는 건 천박하다는 얘기다.

컬링 경기에서도 힘이 넘치면 목표 지점을 금방 지나쳐 불리해지게 된다.
이는 조직에서 의욕만 앞세우다가 고객과 종업원을 잃어버리는 결과와 같다.
리더들이 더 세게, 더 빠르게 같은 힘과 스피드만으로 경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대 황제가 거행하는 대사(大射·활쏘기 시합)에서는

가죽 과녁 가운데 표적을 (鵠·고니)으로 그려놓고 과녁 한복판을 정곡(正鵠)이라고 했다.

힘으로 가죽을 꿰뚫는 관혁(貫革)과 정신 집중을 통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는 것 중 어느 게 더 가치 있을까?

분명한 건 정곡에 맞추려면

자세를 반듯이 하고 대상을 끝까지 정시(正視)하면서 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화살이 빗나간다면 목표물이나 화살 탓이 아니라

내 정신력과 자세가 바르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아야 다음번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남 탓, 환경 탓을 그만하고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객 니즈(needs)의 정곡을 찌르는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 전문 연구자인 프랜시스 헤셀바인(Hesselbein)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 열망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활쏘기와 경영이 추구하는 '적중(的中)'을 이루려면

무조건 힘 키우는 경쟁력 강화만 고집할 게 아니라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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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2/20180222033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