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03 03:09
알렉시 드 토크빌 '구체제와 프랑스 혁명'
프랑스혁명은
왕실과 귀족의 학정을 견디다 못한 민중이 왕과 귀족을 타도한 혁명이라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의 원인을 심층 분석한 알렉시 드 토크빌은 '구체제와 프랑스 혁명'에서,
사실 혁명 전야에 프랑스 귀족은 유럽 어느 나라의 귀족보다 실권이 없어서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할 힘도 없었다고 말한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지방에서 군림했던 귀족·영주들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호화 궁전 베르사유를 지어서 귀족들을 왕궁에 상주하며 끊임없이 왕의 주위를 맴돌게 했다.
그리고 선대에 시작된 관료제를 확충하고 강화해서 왕권이 전국에 미치게 하고
지방에서의 귀족의 지배권을 관료에게 넘어가게 했다.
30여 개 도(道)에 지방총감(intendant) 지휘 하의 행정조직이 행정뿐 아니라 조세권, 사법권까지 관할하게
되고, 평민이 관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관리 지망생이 너무나 많아져서
출세 지향성이 완전히 '프랑스병(病)'이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는 오늘날까지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혁명 당시에 민중이 귀족을 증오했던 것은
권한을 대부분 잃고 지역의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못 하는 귀족들이
얼마 안 남은 그들의 특권을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조국 근대화와 함께 우리 국민은 각자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개인적인 번영을 이룩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 우리 세대의 축복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있는 것 같은 지방정부제가 실시된다면,
지역마다 타 지역 출신을 배척하는 성향이 강해져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지방, 영역에서의 능력 발휘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게 되기 쉽다.
그리고 가까운 입신양명,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지방정부 진출을 꾀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한
지역 정서를 감안할 때
지방정부가 나라의 든든한 토대가 되려 하기보다는 지역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에 우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정부의 관리도 국가적 안목을 갖기보다 지방의 이권을 장악해서 나눠주며 세력을 기르려 하게 되기 쉽다.
그러면 주민의 시야가 좁아지고 심성(心性)도 편협해지고
'애향심'을 뛰어넘는 '애국심'의 싹은 무참히 잘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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