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04 03:03
[16] 헨리크 입센 '브랜드'
필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 것은 금권선거를 없앤 것이다.
선거기간에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거나 받은 사람에게 해당 금액의 50배 벌금을 물린다는 법 제정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좀먹는 금권선거를 한방에 종식했다. 얼마나 영단인가.
그래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래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거는 기대가 컸다.
사실 허다한 명절 선물세트 같은 것은 그간 우리 경제의 지대한 낭비 요인이었다.
김영란법 도입을 계기로 이런 낭비를 지양하고 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김영란법 발효의 결과로 걱정했던 것은
부패에 관해서는 귀재인 일부 국민이 그 법을 무력화할 묘책들을 어떻게든 생각해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일단 숨죽이고 고개 숙인 듯하다.
그런데 시행하고 보니 첫날부터 신음과 불평이 터져 나오고 법 해석에 관해 의문과 혼란이 무성하다.
그런데 시행하고 보니 첫날부터 신음과 불평이 터져 나오고 법 해석에 관해 의문과 혼란이 무성하다.
그뿐 아니라 김영란법이 우리 제조업과 농업을 심하게 위축시키고
행정부서 간, 그리고 민과 관 사이의 협력과 절충을 어렵게 해서 행정의 효율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몹시 깊은 것 같다. 비록 법 시행 초기이지만 참으로 실망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근대 희곡의 아버지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브랜드'의 주인공 브랜드는 목사다.
근대 희곡의 아버지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브랜드'의 주인공 브랜드는 목사다.
그는 하늘의 뜻을 땅 위에 실현하는데 일신을 바친 사람이다.
빙하 밑 교회에서 목회를 하다가 어린 아들이 병들어 죽게 되었어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아내가 죽은 아들의 옷을 위로 삼아 애처로이 살아가지만
브랜드는 그 옷마저 모두 가난한 농부의 아이에게 주라고 한다. 결국 아내마저 삶의 의지를 잃고 죽는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연민과 배려가 없을 때 어떻게 폭군이 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영란법도 그 대상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무시한다면 가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비생산적인 법이 될 수 있다.
김영란법도 그 대상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무시한다면 가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비생산적인 법이 될 수 있다.
경제를 위축시키고 행정 효율을 크게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따라서 란파라치를 인정하더라도 한 사람이 1년에 3회 넘게 고발할 수 없게 하는 식으로 제한해
무분별한 고발을 막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부패 근절을 위한 법인데
초기의 혼란과 불편을 들어 성급히 원망하지 말고
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보완하는 데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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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김영란법 초등학생부터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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