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16 03:04
[영화 리뷰] 다키스트 아워
'다키스트 아워'는 바로 이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 1940년 5월 총리가 된 직후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처칠은 때론 딱하고 한심했다"고 썼다.
그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웬만한 일을 누워서 했다.
온종일 줄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물처럼 마셔댔다.
잘 걷지도 않아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도 꼭 차를 타고 갔고,
편의 따라 당적(黨籍)도 두 번이나 바꿨다.
라이트 감독은 이런 처칠의 흠집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별다를 것 없는 남자'가 이 과정에서 '남다른 남자'가 되는 건 이 영화의 아이러니다.
처칠이라는 세밀화는 게리 올드먼이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올드먼은 늙고 뚱뚱한 처칠이 되기 위해 두꺼운 실리콘을 얼굴에 뒤집어썼고 라텍스 덩어리를 몸에 걸쳤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아챌 수 없다.
성마른 기침 소리, 고장 난 기계처럼 웅얼거리는 말투, 부들부들 떨리는 턱살까지 모두 처칠의 것이다.
평생 상(賞) 복 없었던 이 배우는 이 영화로 최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일부에선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읽힐지 우려한다.
나치와 맞서 싸웠던 당시 영국 상황이 현재 북핵 위협에 얼어붙은 우리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칼럼니스트 앤드루 론슬리가 쓴 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처칠은 대중을 따라가지 않았다. 대중을 이끌었다.
처칠 흉내 내기에 바쁜 정치인들과 그가 다른 이유가 결국 여기에 있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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