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27 03:11
'뭐라도학교'를 아십니까.
3년 전인 2014년 12월, 현직에서 은퇴한 경기 수원의 50~60대 몇몇이 모여
"인생 후반기를 뭐라도 하면서 보람 있게 가꾸어 가자"는 취지로 출범시킨 학교입니다.
그래서 구호도 '뭐라도 배우고, 나누고, 즐기고, 행하자'입니다.
이듬해 3월 개교할 때 25명이던 회원은 어느덧 18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둥지를 튼 곳은 수원시 평생학습관입니다.
뭐라도학교에서는 은퇴자들이 각자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스스로 선생님이나 학생이 되어 서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실천함으로써
'시니어는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라는 의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학습 조직은 사회 공헌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학습 조직은 사회 공헌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컴퓨터를 이해할 때까지 1대1로 가르치는 '시니어 일대일 컴퓨터 교실',
노인들의 빛바랜 사진을 모아 영상 자서전을 만들어주는 '추억디자인연구소',
웰다잉 문화를 교육하는 '좋은 3(삶)과 4(死) 연구소', 음악적 재능을 기부하는 '어울림한마당',
그리고 시니어들의 팟캐스트 방송인 '뭐라도야그팟' 등 다양합니다.
이 중 '시니어 일대일 컴퓨터 교실'은 과거 컴퓨터를 배우려다가 실패했던 노인들 반응이 뜨겁습니다.
작년 6월 시작한 첫 강의에는 77세 할머니가 최고령으로 등록했습니다.
10주 과정을 마친 뒤 할머니는 일본에 있는 딸과 이메일을 교환하고 사진도 주고받는 '꿈'을 이뤘다며
감격했습니다.
작년 9월 시작한 두 번째 강의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93세인 전익념 할아버지가 수강 신청한 것입니다.
연세에 비해 건강하고 지적 호기심도 왕성한 할아버지는 10주 동안 혼자 통학하면서
교육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를 지켜본 73세의 뭐라도학교 최고령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75세까지만 활동하려 했는데, 전익념 할아버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85세까지 봉사하며 살아야겠어."
뭐라도학교는 이런 활동이 결실을 본 덕인지 작년에 대한민국 평생교육대상을 받았습니다.
뭐라도학교는 이런 활동이 결실을 본 덕인지 작년에 대한민국 평생교육대상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수원시가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받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노인 회원들의 의욕적 활동을 보면서 60대 초반인 나도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최근 김형석(97세)·이어령(83세) 교수의 활발한 노년 활동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흔이 넘어 첫 시집을 내고, 100세에 또 시집을 낸 일본의 시바타 도요 할머니 이야기도 감동을 줍니다.
신체적 건강에 지적·정신적 젊음을 겸비하면 100세 시대는 축복입니다.
'시니어 일대일 컴퓨터 교실'은 아직 전용 교육장을 갖추지 못해 수강생을 제한적으로 받지만,
'시니어 일대일 컴퓨터 교실'은 아직 전용 교육장을 갖추지 못해 수강생을 제한적으로 받지만,
이런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많은 노인이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며 편하게 살아갈
겁니다.
그러려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홀로 소일하지 않고 교류할 베이스캠프가 필요합니다.
이를 해줄 수 있는 곳이 지자체입니다.
지자체들은 은퇴자들을 복지 대상으로만 생각해서 시혜만 베풀려 하지 말고,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도록 판을 깔아줘야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은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주역 중 하나니까요.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은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주역 중 하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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