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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우리 할머니 (이창규 시인, 조선일보)

colorprom 2017. 4. 26. 11:5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우리 할머니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 2017.04.26 03:07

[가슴으로 읽는 동시]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

오랜만에 할머니께
편지를 써 보낸다.

처음 편지에
미소만 띄시고
다음 편지엔
기특하다고 웃으시더니,

그 다음 편지에는
많이 컸다고 우셨단다.

―이창규(1940~ )


편지 대신 메일이나 메시지로 소통하는 시대이지만,
컴퓨터에 어두운 시골 할머니에겐 편지가 반갑고 반가운 존재다.
할머니는 손자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어린 손자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쓸 줄 알다니, 싱긋 웃음이 고인다.
또 편지가 왔다. 아이고, 기특해라. 웃음이 더 짙어졌다.
또 편지를 보냈네! 많이도 컸구나, 왈칵 기쁨의 눈물이 주름살을 적신다. 정도 푸짐한 할머니시지.
할머니 눈물은 값지다. 커가 는 손자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 간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서다.

김현승 시인은 '눈물'을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것,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이라며,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라고 노래했다.

할머니의 눈물도 손주에게 답으로 보내는 뜨거운 순수이다.
'우리 할머니'들은 그러하다. 이런 걸 손주들도 알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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