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느림보 기차, V-train /(사봉의 아침편지)

colorprom 2013. 8. 16. 09:48

느림보 기차, V-train



느림보 기차 - 간이역에 잠시 내려 사진도 찍고...

V-Train은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세 칸짜리 느림보 기차입니다.
V-Train에는 에어컨이 없었습니다.
천장에서는 빙글빙글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열어 놓은 차창으로는 열풍이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직사광선을 피하려고 양산을 펼쳐든 사람들과
연신 부채를 부쳐대는 사람들로 부산했습니다.

V-Train에는 난방시설이 따로 없었습니다.
열차 가운데 목탄 난로 하나 동그마니 서있었습니다.
난로를 피울 때는 고구마도 구워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V-Train에는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는 간이역에 5분을 쉬었다 갑니다.
남들이 잠시 내려 사진 찍는 동안
볼일 급한 사람은 화장실에 달려갔다 오면 됩니다.

사람들은 찜통 더위 속에서 시속 20~30km로 달리는
느림보 기차, V-Train을 타고 환호했습니다.
눈 덮힌 겨울이 되면 또 타러 와야겠다고 벼르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화장실 걱정, 더위 걱정, 추위 걱정...
걱정을 일부러 만들어 넣은 백두대간 협곡열차처럼
지난 여름은 참으로 걱정이 많았던 여름이었습니다.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유행가 가사처럼 걱정이 많아 재미 있었고 그 재미가 덤이었던 여름...
그 여름의 더위가 백두대간 협곡열차처럼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