肩輿歎(견여탄 : 가마꾼의 탄식) - 정약용(茶山 丁若鏞)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고 있네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를 때면
捷若蹄山麌(첩약제산우) : 빠르기가 산 타는 노루와 같고
肩輿不懸崿(견여불현악) : 가마 메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면
沛如歸笠羖(패여귀립고) : 빠르기가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 같아라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 가마 메고 깊은 골짜기 건널 때면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 소나무 다람쥐도 덩달아 같이 춤추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 바위 옆을 지날 땐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착경민교복) : 오솔길 지날 때는 종종걸음 걸어가네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다보니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 놀라서 혼백이 아찔하기만 하도다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 평지를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 귀에서 바람 소리 쌩쌩 난다네.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인즉슨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 이 즐거움 맨 먼저 손꼽기 때문
紆回得官岾(우회득관점) : 근근이 관첩(官帖)을 얻어만 와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 역속(役屬)들은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桓爾乘傳赴(신이승전부) :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翰林)에게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오.
領吏操鞭扑(영이조편복) : 고을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을 맡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 수승(首僧)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네.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길쏘냐,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네.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 가마꾼 숨소리 폭포 소리에 뒤섞이고
汙漿徹襤褸(오장철람누) :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속속들이 젖어 가네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 외진 모퉁이 지날 때 옆엣놈 뒤처지고,
陟險前者垢(척험전자구) : 험한 곳 오를 때엔 앞엣놈 허리 숙여야 하네.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는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 돌에 채인 발 미쳐 낫지도 않는구나
自痔以寧人(자치이영인) :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하게 해 주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 하는 일 당나귀와 다를 바 없네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 너나 나나 본래는 똑같은 동포이고,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는데,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 내 어찌 부끄럽고 안타깝지 않을쏘냐.
吾無德及汝(오무덕급녀) : 나의 덕이 너에게 미친 것 없었는데,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으리.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 자애로운 어버이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승배유가의) :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哀彼嶺不戶(애피령불호) : 고개 아래 백성들은 가련하기만 하구나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여 뚝에 가득하다
被驅如太鷄(피구여태계) : 닭처럼 개처럼 내몰고 부리면서,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네.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 예로부터 가마 타는 자 지킬 계율 있었는데,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려졌네.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해.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 죄 없이 욕 먹고 꾸중 들으며,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 그 때야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는구나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 사또는 일산 쓰고 호연히 가버릴 뿐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는구나
力盡近其畝(력진근기무) : 기진 맥진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 지친 몸, 신음 소리가 실낱 같도다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 가마 메는 그림 그려서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고 싶구나.
교지를 받들고 지방을 순찰하던 중 적성의 시골집에서 짓다/奉旨廉察到積城村舍作(봉지염찰도적성촌사작) - 정약용(丁若鏞)
臨溪破屋如瓷鉢(임계파옥여자발) : 시냇가 찌그러진 집 뚝배기와 흡사한데
北風捲茅榱齾齾(북풍권모최알알) : 북풍에 이엉 걷혀 서까래만 앙상하다
舊灰和雪竈口冷(구회화설조구냉) : 묵은 재에 눈 덮여 부엌은 차디차고
壞壁透星篩眼豁(괴벽투성사안활) : 체 눈처럼 뚫린 벽에 별빛이 비쳐드네
室中所有太蕭條(실중소유태소조) : 집안에 있는 물건 쓸쓸하기 짝이 없어
變賣不抵錢七八(변매불저전칠팔) : 모조리 다 팔아도 칠팔 푼이 안 된다오
尨尾三條山粟穎(방미삼조산속영) : 개꼬리 같은 조 이삭 세 줄기 걸려 있고
鷄心一串番椒辣(계심일관번초랄) : 닭 창자 같은 마른 고추 한 꿰미 놓여 있다
破甖布糊度 穿漏(파앵포호도천루) : 깨진 항아리 뚫린 곳 헝겊으로 발랐고
庋架索縛防墜脫(기가색박방추탈) : 찌그러진 시렁대는 새끼줄로 얽매었네
銅匙舊遭里正攘(동시구조이정양) : 놋수저는 지난날 이정에게 빼앗기고
鐵鍋新被隣豪奪(철과신피린호탈) : 쇠 냄비는 엊그제 옆집 부자 앗아갔지
靑錦敝衾只一領(청금폐금지일령) : 닳아 해진 무명이불 오직 한 채뿐이라서
夫婦有別論非達(부부유별론비달) : 부부유별 그 말은 가당치도 않구나.
兒稚穿襦露肩肘(아치천유로견주) : 어린것들 입힌 적삼 어깨 팔뚝 나왔거니
生來不著袴與襪(생래불저고여말) : 태어나서 바지 버선 한번 걸쳐보았겠나
大兒五歲騎兵簽(대아오세기병첨) : 큰아이 다섯 살에 기병으로 등록되고
小兒三歲軍官括(소아삼세군관괄) : 작은애도 세 살에 군적에 올라 있어
兩兒歲貢錢五百(양아세공전오백) : 두 아들 세공으로 오백 푼을 물고 나니
願渠速死況衣褐(원거속사황의갈) : 어서 죽길 원할 판에 옷이 다 무엇이랴
狗生三子兒共宿(구생삼자아공숙) : 갓 난 강아지 세 마리 애들 함께 잠자는데
豹虎夜夜籬邊喝(표호야야리변갈) : 호랑이는 밤마다 울 밖에서 으르렁거려
郞去山樵婦傭舂(랑거산초부용용) : 남편은 산에 가 나무하고 아내는 방아품 팔러 가
白晝掩門氣慘怛(백주엄문기참달) : 대낮에도 사립 닫혀 그 모습 참담하다
晝闕再食夜還炊(주궐재식야환취) : 아침 점심 다 굶다가 밤에 와서 밥을 짓고
夏每一裘冬必葛(하매일구동필갈) : 여름에는 솜 누더기 겨울에는 삼베 적삼
野薺苗沈待地融(야제묘심대지융) : 들 냉이나 캐려 하나 땅이 아직 아니 녹아
村篘糟出須酒醱(촌추조출수주발) : 이웃집 술 익어야만 찌끼라도 얻어먹지
餉米前春食五斗(향미전춘식오두) : 지난봄에 꾸어 먹은 환자가 닷 말이라
此事今年定未活(차사금년정미활) : 이로 인해 금년은 정말 살 길 막막하다
只怕邏卒到門扉(지파나졸도문비) : 나졸 놈들 문밖에 들이닥칠까 겁날 뿐
不愁縣閣受笞撻(불수현각수태달) : 관가 곤장 맞을 일 걱정일랑 하지 않네.
嗚呼此屋滿天地(오호차옥만천지) : 어허 이런 집들이 온 천하에 가득한데
九重如海那盡察(구중여해나진찰) : 구중궁궐 깊고 깊어 어찌 모두 살펴보랴
直指使者漢時官(직지사자한시관) : 직지사자 그 벼슬은 한 나라 때 벼슬로서
吏二千石專黜殺(이이천석전출살) : 이천석 지방관도 마음대로 처분했지
獘源亂本棼未正(폐원란본분미정) : 어지럽고 못된 근원 하도 많아 손도 못대
龔黃復起難自拔(공황복기난자발) : 공황 다시 일어나도 바로잡기 어려우리.
摹鄭俠流民圖(원모정협유민도) : 아서라 옛날 정협 유민도를 본받아
聊寫新詩歸紫闥(료사신시귀자달) : 이 시 한 편 그려내어 임에게나 바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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