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검색된 '배냇저고리'와 '과거의 출산의례'를 읽으니,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생활 중에도 아이의 생명을 소중하게 지키기 위한 다양한 풍습을 지켜왔구나 하는...
(배냇저고리)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 출생과 동시에 쌀깃에 싸 두었다가 3일 또는 일주일이 지난 후 목욕을 시킨 후에 입히는 옷이다. 입히는 시기는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었으며, 태어난 후 바로 입히거나 임의대로 입히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 처음으로 입히는 옷이기 때문에 보온과 위생에 중점을 두고 혈액순환도 잘되며 활동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입히고 벗기기 쉽도록 넉넉하고 간편하게 만든다. 옛날에는 흔히 흰색의 부드러운 무명이나 명주를 사용했고, 등에 솔기를 하지 않았으며 그 길이는 배를 덮을 정도로 길게 했고 소매도 길쭉하게 해 손을 덮도록 했다.
아이의 수명이 실처럼 길게 이어지라는 뜻에서 옷고름을 대신해 실을 꼬아 여며 줬으며, 집안의 장수한 어른이나 어머니의 옷으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또 남자아이의 배냇저고리는 재수가 있다 하여 시험이나 송사에 부적같이 몸에 지니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배냇저고리는 보관하고 있다가 큰일이 있을 때 자식의 품에 넣어주면 일이 잘 풀린다고 여겼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배냇저고리를 물려주면 아이의 재주가 남에게 넘어간다고 여겨 형제끼리는 물려 입어도 남에게는 절대 주지 않았다.
(아이의 출산을 전후하여 행하는 의례)
1) 임신 중 금기: 임신 중에는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여러 가지 금기가 따른다. 임산부는 좋은 것만 보고, 흉사에는 가지 않으며, 좋지 않은 일은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임신 중에 닭고기를 먹으면 닭처럼 오돌토돌한 피부를 가진 아이가 나온다 하여 먹지 못하게 했다.
2) 출산 준비: 깨끗한 짚과 탯줄을 자를 낫과 가위를 준비해 둔다. 헌 옷으로 기저귀와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둔다.
3) 아이 낳기: 산통이 시작되면 방에 짚자리를 깐다. 남편은 산방에 들어오지 못한다. 아이는 시어머니가 받는다.
4) 탯줄 자르기: 탯줄은 시어머니가 자른다. 아들일 경우에는 낫으로, 딸일 경우에는 가위로 자른다. 탯줄은 길게 잘라야 아이들이 소변을 자주 안 본다고 하였다. 탯줄을 자른 후 솜을 덮어 놓으면 삼칠일 후 자동적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떨어진 탯줄은 불이 들어오는 방에 달아 잘 말려 보관해 둔다. 아이가 아플 때 쓰기 위함이다.
5) 미역국: 출산 후 먹을 미역은 보통 시아버지가 사온다. 국은 시어머니가 끓이는데, 산모는 물론 삼신상에도 국을 올린다. 이때 먹는 미역국에는 고기를 넣지 않고 맑게 끓인다. 출산 후에는 부엌에서 기름을 잘 쓰지 않으며, 기름기가 있는 음식도 잘 먹지 않는 법이라 한다.
6) 삼신상 차리기: 아이를 낳으면 산방에 삼신상을 차린다. 상을 차리는 법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물만 떠 놓는 집도 있고, 밥과 미역국을 올리는 집도 있다. 대개 초칠일 동안에는 ‘칠상’이라 하여 미역국과 밥을 올리고 그 다음부터는 물만 올린다.
7) 금줄치기: 금줄은 왼새끼를 꼬아 삼칠일 동안 대문에 쳐둔다. 이는 출산을 알림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여 부정을 막기 위함이다. 금줄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을 쳐내는 의미의 숯과 삼신을 뜻하는 솔잎을 꽂는다. 아들을 낳으면 고추도 꽂는다. 금줄에 돌을 꽂는 것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이다. 삼칠일이 지나면 금줄을 걷는데, 이른 아침에 걷을수록 아이가 말을 빨리 배운다고 믿었다.
8) 산후조리: 삼칠일이 지날 때까지 시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산방에 출입할 수 없다. 남편도 들어올 수 없다. 그러나 살림이 넉넉하지 않거나 일손이 딸리는 농촌에서 21일 동안 그저 누워 지낼 수 있는 산모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삼칠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7일째 되는 날을 다시 1일로 하여 겹쳐 세게 되는데 이를 ‘곱친다’고 하였다. 한번 곱치면 19일, 두 번 곱치면 17일이 되는데, 심하게는 세 번씩 곱치기도 하였다.
9) 출산 후 금기: 출산 후에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지켜야 할 금기들이 있다. 아이를 낳고 부엌에서 기름을 사용하면 해롭다고 여겼다. 아이를 낳으면 깨끗한 것만 먹어야 하는데, 기름을 사용하면 부정을 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기름을 사용하면 아기의 몸에 불에 덴 상처나 기름방울 같은 수포가 올라온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런 일을 겪기도 했다. 출산 후 7일 동안은 부정을 막기 위해 아궁이의 숯을 꺼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삼칠일 동안은 닭도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10) 아이가 아플 때: 아이가 갑자기 몸이 좋지 않거나 경기(驚氣)를 일으키면 탯줄을 달여 먹인다. 탯줄에는 아이의 기운이 들어 있다고 여겼는데, 이것을 달여 나온 뽀얀 국물을 먹이면 아이가 금세 낫곤 하였다. 젖이 잘 나지 않거나 아이가 자꾸 보채고 울면 ‘부정쳤다’고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정물리기’를 한다. 부정물리기는 그릇에 썬 짚과 소금, 고춧가루를 넣어 삼신 앞에 갖다놓고 비는 것이다.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삼칠일 날 부엌에 기름을 두르면 좋다고 여기기도 했다.
11) 돌: 전통 사회에서 부유하지 않으면 돌에 잔치를 여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신 아들일 경우 약식으로 떡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이때 돌상에 미역국과 수수떡, 콩망생이 등을 올렸다. 돌상에 연필, 공책, 떡 등으로 올리고 돌잡이를 하기도 했다.
12) 아이팔기: 아이가 크게 아프면 무속인에게 물어 자연물에 아이를 팔기도 한다. 장소는 다양한데, 주로 산이나 바위, 나무 등이며 창고와 같은 뜻밖의 장소에 팔기도 한다. 범띠면 바위, 소띠면 풀밭이라는 식으로 아이의 띠에 따라 팔기도 한다. 아이를 팔 때에는 자연물 앞에 술과 떡, 대추, 밤, 아이 옷 등의 제물을 간단하게 차리고 무속인이 아이를 파는 의식을 행한다. 그러나 딸은 아파도 팔지 않았다. 그 까닭은 딸은 혼인하면 남편에게 가기 때문에 두번 팔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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