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폴 600미터(The Fall∙2022)’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96] Don’t be afraid to live
사는 것을 겁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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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힘이 없을 때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Courage is not having the strength to go on;
it is going on when you don’t have the strength).”
제26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용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힘이 없을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고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선 그런 용기를 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 ‘폴 600미터(The Fall∙2022∙사진)’의 주인공 베키(그레이스 펄튼 분)는
등반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갈 의욕을 모두 잃었다.
베키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도 불편한 참견으로 들리고
그저 이렇게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이 죽기보다 더 괴롭게 느껴진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절친한 친구 헌터(버지니아 가드너 분)가 찾아온다.
헌터 또한 등반 사고 당시 베키 부부와 함께 암벽을 올랐던 터라
베키의 충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헌터는 절친한 친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다 못해 친구를 수렁에서 건져주기로 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높이 600m짜리 방치된 철탑을 맨손으로 등반하고
그동안 어쩌지 못해 방구석에 놓아둔 남편의 유골을 함께 뿌리는 것이다.
망설이는 베키, 걸을 힘도 없는 지금 600m나 되는 탑을 올라갈 수 있을지.
헌터는 갈등하는 베키의 손을 잡고 말한다.
“겁난다고 피하면 평생 두려워해야 해
(But if you don’t confront your fears, you are always going to be afraid).”
베키는 남편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떠올린다.
“죽는 게 두렵다면 사는 걸 겁내지 마
(If you’re scared of dying, don’t be afraid to live).”
이제 베키는 삶의 두려움과 맞서기 위해 다시 등반 로프를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