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181] 황금 알을 낳는 권력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81] 황금 알을 낳는 권력

“지구 최후의 만찬이야.”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의 얇은 입술이 뒤틀렸다.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들이 계속해서 구매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이 달리 물건을 조달할 방법이 없으니 경쟁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떠날 작정이었다. 그들이 떠나면 더 이상 물건을 팔 수 없으리라.
이보다 더 좋은 시장은 없었다.
그곳이야말로 완벽한 시장이었고, 그들은 완벽한 고객이었다.
- 필립 K. 딕 ‘독점 시장’ 중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측근이 청와대와 맺은 친분을 내세워
마스크 생산 업체에서 거액 로비 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마스크 착용 강제가 국민 건강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전 국토를 황폐화시킨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관련자들과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새만금 일대 태양광 사업을 둘러싸고
뒷돈 1조원을 챙기려던 정황도 포착됐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버델슨 부인은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건너뛰어 미래로 간다.
인류 문명이 파괴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물건을 샀고
그녀는 바가지를 씌워 돈을 벌었다.
그들에겐 희망이 있었다.
부인에게 산 부품으로 우주선을 수리해서 안전한 행성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버델슨 부인에겐 인류의 종말을 막을 힘이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독점 시장을 잃는 게 싫었던 부인은
시간 여행 능력으로 그들이 지구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우주선은 추락했고 그들은 죽거나 다쳤다.
생존자들은 절망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들에게 빵과 햄과 커피를 팔아 계속 돈을 벌 생각에
부인은 흐뭇하기만 하다.
권력을 갖는다는 건 황금 알을 낳는 오리를 얻게 된다는 뜻일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해서 얻은 자리지만 그들은 자기 주머니를 채우느라 바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반짝이는 눈앞의 황금이었다.
모든 정책은 돈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고 비리를 수사하면 정치 보복이라는 족쇄를 씌워 흐지부지되곤 한다.
권력이 만능 면죄부라는 인식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