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경제포커스] “한국 보유세, 선진국보다 적다”는 거짓말
선진국보다 적었던 한국 보유세… 지난해엔 OECD 평균 넘어서
선진국은 재산세 기준 일정한데 우리는 매년 공시가 올려 과세
미국 특파원 시절, 동네 초등학교 하교 시간마다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마중나온 학부모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담임 선생님들은 열대여섯 명쯤 되는 자기 반 학생들의 학업 성적은 물론,
어느 집 몇째인지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았다.
인구 1만여 명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읍·면·동 수준도 안 되는 작은 도시(town)라서
주민들끼리 친한가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주민들 얘기를 듣고 더 결정적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세금이었다.

미국 공립학교는 지역 주민들이 내는 지방세인 재산세(property tax)로
교사 인건비 등 예산을 충당한다.
경찰이나 소방관, 지방자치단체 직원들 월급도 대부분 재산세에서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지역이란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수십만명인 시·군·구가 아니라
이보다 세분화된 행정 단위인, 말 그대로 작은 동네다.
교사들 입장에선 매일 만나는 동네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니
학부모들이 곧 고용주인 셈이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와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수익자가 직접 연결되니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 입장에서도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지역민들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모습을 보니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공립학교 재원은 대부분 국세(國稅)로 충당한다.
나라 전체에서 걷은 세금을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각 시도 교육청을 거쳐
일선 학교로 내려보내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다 보니,
교사들 입장에선 월급을 주는 게 누군지 알 길이 없다.
세금을 내는 학부모보다
예산 배정권을 가진 상급 기관에 더 잘 보이려 애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재산세율을 각 마을이 결정한다.
최초 매입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니까 재산세도 매년 일정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재산세율을 결정하고, 매년 공시가격도 올린다.
재산세를 마을이 아닌 시·군·구 단위로 걷어 쓰니까
내 세금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집값에 관계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산세 체계가 너무 복잡하다.
같은 과세 대상에 대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라는 두 가지 세금을 물릴뿐더러
집값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세 구조다.
종부세 최고 세율은 6%인데, 종부세의 20%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까지 합치면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7.2%다.
최고 세율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 부담 형평성이나 ‘넓은 세원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의 논리로
“우리나라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적다”는 주장을 펴왔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이 0.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보다 낮다는 기획재정부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재부 통계는 보유세가 대폭 오르기 전인 2019년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만 5조7000억원으로
2019년(9524억원)의 6배로 급증한 지난해엔 우리나라 보유세 비중이 1.22%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보유세를 적게 내는 나라가 아닌 것이다.
한국 보유세는 지방자치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탈선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세계적으로 유례(類例)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이 돼버린 보유세를
원래 궤도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사설] “보유세 낮다”더니 자산세 세계 2위, 세금 폭탄으로 국민 고혈 짠 것

부동산·주식 등에 매기는 자산세 징수액이 2020년 기준 GDP의 3.98%로
OECD 36국 중 캐나다에 이어 2위라는 통계가 나왔다.
증권 거래세도 늘었지만 주로 부동산 보유세와 취득세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주요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고 주장하면서
부동산 소유자에게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징벌적 세금을 매겨왔다.
문 정부 4년 새 자산세 징수액이 51%나 올라
2016년 11위였던 순위가 2020년엔 2위로 뛰어올랐다.
영국·미국보다도 자산세 부담이 높다.

자산세 부담 OECD 2위는 시장을 무시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미친 집값’을 만드는 바람에
주택 취득·등록세와 종부세·재산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에만 공시 가격을 20% 가까이 올리는 등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난폭하게 조세권을 휘둘렀다.
차라리 집을 자식에게 증여하자는 사람이 많아져 부동산 증여세까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60조원이나 더 걷혔는데 그 절반이 부동산 세수였다.
세수 증가가 아니라 고혈을 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선고했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 등이
종부세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종부세법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잘못된 법”이라면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동안 주택 실수요자들의 아우성에도 꿈쩍 않던 정권은
선거가 다가오자 선심 쓰듯 세금을 깎아 주겠다고 돌변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100% 환수’를 외치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주택자 보유세 완화, 공시가격 동결, 종부세 부분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경감,
취득세 경감 등을 말하고 있다.
국민 자산이 아니라 세금을 OECD 2위로 만든 정권이
선거 때가 되자 국민 눈만 가리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