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122] 수면 부족이 기부금을 줄인다
‘불면의 시대’다.
온갖 스트레스로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지칠수록 숙면으로 마음을 재충전해야 하는데
마음이란 시스템에 모순적인 요소가 많아,
피곤하면 오히려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각성도를 높인다.
마음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정보기관의 역할이다.
‘지금 잘 상황이 아니야. 위험해’ 같은 첩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밤에 해외 기업과 중요한 화상 회의 약속처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 삶의 위기는 대부분 잘 자야 잘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일 시험에 대한 부담을 마음이 위기 상황으로 과도하게 인식해 각성도를 올려 버리면,
숙면이 어려워지고 다음 날 오전에 최상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는 데 오히려 불편을 준다.
수면 부족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감소시킨다는 최근 연구도 있다.
수면이 부족한 경우에 친사회성(prosociality)과 연관된 뇌 신경망의 활성도가 위축되고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경향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 잠을 잘 자면 이타적 경향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서머타임이라는 미국의 DST(Daylight Saving Time)를 활용한 연구를 보면
한 시간 수면 부족을 겪게 되는 서머타임 적응기에 기부 금액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머타임에 적응하면 기부 금액이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이나 환절기처럼 수면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시기도
기부 행사 일정을 잡을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잘 자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는 유머를
불면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종종 한다.
불면만으로도 힘든데
수면 하나 내가 직접 통제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더 나를 괴롭힐 수 있다.
그래서 더 노력하는데, 노력할수록 잠은 안 오니 자존감마저 떨어진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밤이 점점 더 무서워지며 그 공포가 불면을 만성으로 이어지게 한다.
유머라는 것이 종전 상식을 약간 비틀어 웃음을 만드는 화술이라 할 수 있다.
불면처럼 마음과 연관된 현상에는 유머 같은 역설적 접근이 정공법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골프 스윙 때 힘을 빼라’도 역설적 접근이다.
공이 앞에 있는데 힘을 빼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런데 힘을 빼야 스윙 궤도가 자연스럽게 유지되면서 정확한 임팩트로 칠 수 있다.
수면도 유사하다.
‘오늘은 자야지’ 하는 생각에 일찍 누워 잠과 씨름하면
침실이 전쟁터가 되어 각성도는 오르고 숙면과는 멀어진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음과 역설적으로 소통해보자.
“마음아. 어차피 짧은 인생, 무얼 그리 자려고 하니.
네 걱정은 고마우나 나는 오늘 이 밤을 즐기겠어” 식으로 말이다.
힘을 빼야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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